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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보톡스 업체들 주장 들어보니

`보톡스 균주` 출처 문제 계속 불거져도 업체는 "정당한 방법으로 발견" 되풀이

기사입력 2018.01.31 04:07:01  |  최종수정 2018.01.31 08:56:30
"쓰레기 더미를 5년간 뒤졌다." "폐기처분하는 음식물을 수거해 부패시켜서 얻어냈다."

국내 기업들이 주장하는 자사 보툴리눔 균주 발견담이다. 보툴리눔 균은 부패한 음식물이나 토양 등에 존재하므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랜 연구 끝에 균주를 확보했다는 기업들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대부분 기업이 쓰레기 더미나 음식물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가 위스콘신대에서 파생된 `Hall A`라고 등록하거나 독일 멀츠사가 미국 균주은행(ATCC)에서 분양받은 `ATCC3502` 와 100% 일치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균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 상업화한 모든 제품의 균주는 `Hall A`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 주장대로라면 미국과 환경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 간격을 두고 동일한 균주가 발견되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놀라운 발견이자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지난 26일 열린 과학기자협회 간담회에 참석한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타입 A형은 한국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우리는 서양처럼 집에서 통조림이나 소시지, 햄 등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나오는 균체는 대부분 C나 D로 동물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 대표는 "흔한 균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균을 찾아낸 연구자는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유명해졌을 것"이라며 "오래전에 땅에서 분리했다는 논문을 발표한 분들도 계시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보툴리눔 연구자로서 그분들을 뵙고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을 촉발시킨 메디톡스는 1970년대 후반 위스콘신대에서 연구하던 양규환 교수가 KAIST에 부임하면서 보툴리눔 균주를 가져왔고, 이를 제자인 정 대표가 승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진뱅크에 `Hall A 균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등록했다.

대웅제약은 2010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농장과 축사에서 보툴리눔 균을 발견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2014년 6월 24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쓰레기 더미를 5년 뒤져 `균주`를 찾았고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지만, 균주 출처 문제가 불거진 뒤에는 마구간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과학기자협회에 보내온 서면 답변에서 "2010년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분리동정한 즉시 정부기관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신고했고, 법과 규정이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갖춰 균주를 보관·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균주 출처와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모든 자료를 심사받고 정식으로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 진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 아래 임상시험을 마치고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휴젤도 균주 출처와 관련해 여러 번 말을 바꿨다. 문경엽 휴젤 대표는 2007년 한국생물공학회춘계학술대회에서 자사의 균주가 `ATCC 3502`와 100%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 투자설명회 등에서는 "회사 소속의 연구진이 썩은 통조림에서 보툴리눔 독소 균주를 발견해 분리하였으며 그 유형은 `type A`"라고 정정했다. 그러나 2016년 10월 18일과 10월 24일 균주의 출처가 통조림이 맞는지 의혹이 확산되자 보도자료를 내고 "휴젤이 시중에서 구한 통조림 제품에서 우연히 균주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CBFC26으로 명명된 균주로써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음식물류를 수거해 부패를 진행시켜서 발견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휴젤 역시 과학기자협회에 서면답변을 보내 "식약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적법하게 인허가를 받았고, 식약처의 감독하에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관계 법령을 모두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휴젤 측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에 국내외 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들어 "해당 소송과 무관한 제3자인 우리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본래 의도나 입장과는 다르게 악용될 우려가 있어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아직 국내에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대부분 회사는 자사의 균주가 `ATCC3502`라고 주장한다. 중동과 남미 등에 보툴리눔톡신 제재 `휴톡스`를 수출하는 휴온스는 "ATCC3502 균주를 사용하고 있으며, 휴온스가 이 균주를 활용해 3년간 연구한 끝에 휴톡스를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바이오토피아를 인수하며 보톡스 산업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는데, 바이오토피아는 인수되기에 앞서 휴온스와 바이오씨앤디에 균주를 분양했다. 바이오토피아가 어떻게 균주를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로톡스는 보도자료에서 "공신력 있는 검사 기관 코스모진텍에 의뢰한 결과, 프로톡신의 원천이 되는 균주 ATCC3052의 염기 서열은 오리지널 홀 균주(Hall strain)와 사실상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프로톡스에 따르면 이 균주는 프로톡스의 기술고문이자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정용훈 한양대 의대 교수가 직접 확보한 것이다.

차세대 보톡스 제품 개발 계획을 밝힌 바이오기업 칸젠 박태규 대표는 과학기자협회 간담회에 출석해 "균주를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문서와 논문을 뒤지고 파주와 연천을 돌아다니면서 혐기적 환경을 직접 찾았다"면서 "그렇게 찾아낸 것을 30년 동안 균 분리만 하신 분이 6개월 동안 연구하고, 다시 저희 연구원이 6개월을 연구해서 균주를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을 폈다. 전체 염기서열 시퀀싱이 필요하다면 상황에 따라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정 교수와 메덱스젠 공동대표를 지낸 이력이 있다.

바이오씨앤디는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보톡스 균주를 분양받은 뒤 최적화 작업을 거쳐 상업화가 가능한 균주를 확보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고, 지난해 12월 파마리서치프로덕트에 인수됐다. 에이티지씨는 홈페이지에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독소 기반 연구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신경계 질환 치료에 특화된 고품질의 의약품 개발을 사업목표로 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균주의 출처는 공개돼 있지 않다. 이 밖에 제테마(전 프로넥스), 유바이오로직스, 아이큐어, 성지건설 등 20여 개 기업이 보툴리눔톡신 제제 개발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전체 염기서열 공개 요구가 영업비빌 침해이자 과도한 규제이고,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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