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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Journal] 중독성 `마약`에서 병 고치는 `약`으로…대마초의 `착한` 변신

기사입력 2018.10.31 04:07:01  |  최종수정 2018.10.31 08:55:05
캐나다가 의료용은 물론 기호용 마리화나(대마초)를 합법화한다고 발표했다. 기호용 마리화나를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면 합법화한 나라는 남미 우루과이에 이어 캐나다가 세계 두 번째다. 캐나다 주별 정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18~19세 이상 성인이면 술과 담배처럼 기분 전환용으로 마리화나를 살 수 있게 됐다. 다만 소비는 개인당 30g까지만 가능하다. 마리화나 재배 농가에 대한 투자와 자금 대출 제한도 폐기됐다. 캐나다는 1923년부터 법으로 마리화나 흡연을 금지해왔다. 그러다 2001년부터 의료 목적에 한해 흡연을 허용했다. 캐나다 정부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가 대마의 의료용 사용을 이미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 9개 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지만 연방 정부는 마리화나 유통과 제조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마리화나 유통은 불법이지만 개인적 용도로 마리화나를 직접 재배해 피우는 것은 허용돼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개인당 5g까지 소지할 수 있으며 지정된 카페 등에서만 마리화나를 피울 수 있다.

◆ 마리화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

지난 수십 년간 마리화나 안전성에 대한 논의는 극과 극을 달렸다. 합법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 나라는 불법약물 중 마리화나를 가장 위험한 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해왔다. 정신건강을 비롯해 사회복지를 위협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마리화나가 갖고 있는 `단기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의 확실하다고 동의한다. 마리화나는 기억뿐 아니라 신체를 움직이는 능력을 손상시키고 편집증, 정신병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기존에도 잘 알려졌던 증상들이다. 이 밖에 마리화나를 피운 사람이 운전을 하면 교통사고 위험이 2~7배 증가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장기 부작용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중독성`이다. 하지만 과거 연구에 따르면 마리화나 경험이 있는 사람 중 9%만 중독성을 보였고 끊었을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을 뿐이다. 마리화나는 담배처럼 흡입하기 때문에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폐암과도 연관성이 있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마리화나를 1년 동안 매일 피운다면 폐암 위험이 8%씩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2006년 프랑스와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마리화나와 폐암 간 상관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밖에 마리화나는 학업 성적을 떨어트리거나 뇌 발달 지연, 실직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었다. 1977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매일 마리화나를 피운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정신병을 겪을 확률이 50%나 높게 나타났다. 뉴질랜드에서 1000명의 사람들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어렸을 때 마리화나에 많이 노출되면 성인이 됐을 때 IQ가 떨어지고 기억력, 추론 능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웨인 홀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는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마리화나를 하는 청소년들이 과음을 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마리화나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만을 명확하게 분리해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네이처는 "합법화를 주장하는 측은 조현병 환자들이 마리화나를 직접 주입하는 바람에 마리화나가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홀 교수는 "마리화나를 장기간에 걸쳐 규칙적으로 사용한 사람이 적은 만큼 장기적 영향은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은?

미국 콜로라도 주정부는 마리화나를 기호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 전부터 의학적 사용을 허용해왔다. 콜로라도주는 대마초가 사용될 수 있는 질병을 8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암과 녹내장, 에이즈, 지속성 근육연축, 경련, 구역질, 통증 등이다. 하지만 콜로라도주 질병환경부는 "의학적 사용이 반드시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네이처는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을 주장하는 증거가 많지만 상당수는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마리화나의 부정적인 결과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리화나에 대한 의료용 연구가 조금씩 활발해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는 추세다. 부정적 효과뿐 아니라 의학적 효능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이 비교적 많이 연구된 질병은 `다발성경화증`이다. 마리화나를 기초로 만든 분무제를 이 질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국가는 27개국에 달한다. 에이즈 환자의 식욕을 증진시킨다는 보고도 있지만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로버투 부스 콜로라도대 교수는 "대마초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실 수준"이라며 "많은 연구가 진행된 뒤에야 대마초의 의학적 효능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리화나의 의학적 사용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와 이스라엘, 중국,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은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우루과이, 캐나다, 네덜란드가 의료용 마리화나를 수출하고 있고 호주는 보건장관이 직접 나서 규제 완화를 통해 수출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 국내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물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월 말 마리화나로 만든 의약품 `에피디올렉스`를 드라베 증후군 등 난치성 뇌전증(간질) 치료제로 승인했다. 항경련제가 듣지 않아 뇌수술을 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도 치료가 안 돼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해 `패스트 트랙(의약품 허가심사 단축)` 제도를 활용해 마리화나를 사용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마리화나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이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베 증후군은 4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뇌전증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항경련성 약물도 듣지 않아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한 살 미만 영아기 때 발병해 다양한 유형의 발작을 유발한다.

에피디올렉스의 주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마리화나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국내에서 대마 오일로 잘 알려진 CBD 오일은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홍삼처럼 건강기능식품으로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 에피디올렉스는 CBD 오일을 정제해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 세계 의약품 허가 표준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사가 까다로운 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마 의약품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립됐다고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예비보고서를 통해 CBD에 향정신성 성분이 없고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도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신창현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료용 대마 합법화법)`이 지난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에피디올렉스와 같은 항경련제 외에 통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마리놀, 신드로스 같은 마리화나 성분 의약품의 수입·처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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