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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건강 100세의 심장 뇌혈관] 인공심장, 이젠 영화가 아닌 현실

기사입력 2018.09.17 08:38:42
암에 대한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암백과`(서울대병원)와 보기 드문 전문 치과 칼럼으로 화제를 모은 `내 몸 살리는 3분`(경희대 치과병원)에 이어 헬스저널이 새로운 의료진 칼럼을 연재합니다. 심장질환과 뇌졸중, 혈관질환까지 아우르며 첨단 치료법을 소개하는 `건강 100세의 심장 뇌혈관` 칼럼입니다. 이 칼럼은 이 분야 협진을 선도해 온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과 함께합니다. 관련 질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이메일로 보내 주세요. 헬스저널이 의료진께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암 생존자가 160만명을 넘어서면서 일반인도 암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지만 심부전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뒤따른다. 의사들조차 심부전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죽할까 싶다. 하지만 심부전을 결코 가볍게 보거나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된다. 심부전은 쉽게 말해 심장의 펌프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을 뜻한다. 우리 몸 전체에 피를 돌리는 심장은 한시라도 멈춰선 안 된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한 고통도 없다.

국내에 알려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인구 3억명인 미국에 빗대어 봤을 때 우리 국민 중 90만명가량이 심부전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부전이 무서운 것은 처음 진단받은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환자 50%가량이 사망한다는 사실이다.

심부전은 우리 몸을 순환하는 혈액의 양을 기준으로 진단할 수 있다. 암처럼 중증도도 나눌 수 있다. 소위 말기라 부르는 중증 단계는 심부전에 따른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는 정도를 말한다. 이때에는 전문적인 약물 치료를 해도 호전이 없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 암과 달리 말기라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심장이식이다. 다만 심장이식은 적절한 뇌사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환자들은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말기 심부전 환자 1년 생존율이 절반이 채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환자와 가족들의 속은 하루하루 타 들어갈 게 자명하다. 최근에 등장한 인공심장은 이러한 환자에게 희망을 준다. 인공심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심실 보조장치라는 심장의 보조펌프 역할을 하는 기계다. 다른 하나는 완전 인공심장이라고 부른다. 환자의 심장을 거의 대부분 제거하고 기계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형태 인공심장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보다 널리 사용되는 것은 심실 보조장치라 부르는 인공심장이다. 우리 몸의 주요 펌프인 좌심실 기능을 대체하는 좌심실 보조장치가 일반적이다. 완전 인공심장은 1980년대부터 조금씩 시행돼 오고 있지만 사용량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도입도 이뤄지지 않았다.

좌심실 보조장치는 이미 196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아 1994년 상업적 사용이 시작됐다. 초창기에는 박동형 펌프를 이용해 단순히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로 쓰였지만 2001년 약물 치료군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이후 비박동형 2세대·3세대 심실 보조장치들이 속속 출시돼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환자 수만 명이 좌심실 보조장치 수술을 받았으며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새로운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있다.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도 많지만 심장이식을 기대하기 힘든 고령이나 다른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도 많이 수술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말기 심부전 치료의 시작 자체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15년 이상 뒤졌기 때문에 인공심장 치료도 2000년대 들어서야 조금씩 시도됐다.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2세대 연속류형 인공심장은 이영탁·전은석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에 의해 2012년 국내 최초 성공 사례가 보고됐다. 이후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이 2015년 3세대 원심성 펌프 이식에 성공하면서 인공심장 이식수술도 급물살을 탔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다학제 심부전팀을 결성하고 인공심장클리닉을 개설해 해당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인공심장을 이식하더라도 향후 상황에 따라 생체이식을 하거나 기기를 교체할 수도 있다. 생체이식과 달리 면역 억제제와 같은 부작용이 큰 약물 대신 항응고제만 복용해도 되는 것 또한 장점이다. 게다가 다가오는 10월부터 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것도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심장의 암이라 부를 만큼 치명적인 심부전. 말기라도 절망할 게 아니라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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