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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의 미래]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식 4차산업혁명, 의료에도 통할까

기사입력 2018.09.05 04:07:01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우리 모두를 `빅브러더`가 감시하는 원형감옥 패놉티콘(Panopticon)에 가둘 것이라던 디스토피아적 공포가 실현되고 있다.

중국의 하늘그물, 톈왕(天網)은 감시카메라 2000만대로 얼굴인식 인공지능과 인공위성위치추적(GPS) 기능을 활용해 범죄자를 추적한다. 톈왕은 거리를 바라보는 중국 공안 `구글글래스`의 `아이언맨` 스크린에 전 국민 감시 정보를 뿌려준다.

중국 정부는 개개인을 신용점수를 매겨 통제하는 `사회신용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사회신용 점수`가 낮은 중국인민은 1년간 항공이나 기차 여행이 차단된다. 한 분석에 따르면 약 500만명의 항공여행과 약 165만명의 기차여행이 금지됐다고 한다.

중국은 이미 만리장성 방화벽 `황금방패(金盾)`로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를 차단해왔다. 외부 단절과 24시간 감시라는 중국판 패놉티콘이 최근 왓츠앱 접속도 전면 차단하며 13억 중국인의 언로마저 차단했다.

제바스티안 하일만은 기술에 의한 전체주의적 국가통제를 `디지털 레닌주의`라 명명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중국이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올인하는 목적 중 하나로 봤다. 중국은 소비에트도 실패했던 완벽한 국가통제를 `디지털 패놉티콘`으로 이루려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계획경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정설이 도전받고 있다. 벙커 교수는 이 `중국모델`이 완성된다면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에 대한 도전의 일환으로, 중국이 전체주의 동맹국들에 내부 보안용 원조 패키지로 이를 제공해 세계가 새로운 `첨단기술 냉전시대`로 접어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시놉티콘(Synopticon)은 패놉티콘의 반대 개념으로 감시자에 대한 역감시다. 19세기 전체주의가 횡행하면서 다수 시민이 소수 권력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출현으로 강화됐다. 사실 권력자에 대한 감시는 시민대표로 구성된 의회의 본 기능 중 하나였지만, 빠르게 권력화돼버린 의회의 역할을 언론과 시민사회가 대체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바탕으로 네티즌과 소셜미디어가 사회 비평의식 교류, 부정적 현실 고발, 시민 의견 수렴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시놉티콘을 넘어 모두에 의한 모두의 상호감시 체계인 팬시놉티콘(Pansynopticon)으로 투명한 디지털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황금방패`로 외부 세계를 차단해버린 중국 정부는 다른 한쪽 날개인 시놉티콘이나 팬시놉티콘이 없는 전체주의적 외날개 패놉티콘만으로 4차 산업혁명을 실험하고 있다.

제조업도 아닌 서비스업에 전체주의적 국가통제의 효율성이 통할까. 속단할 일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중국의 물류와 금융 혁신, 이에 따른 소비 트렌드의 발전은 놀랍다.

중국 정부는 패놉티콘적 통제가 범죄 행위를 줄이고 중국인민을 빠르게 문명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서비스업에는 물류와 금융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교적 명확한 분야가 있고, 의료·교육·문화 엔터테인먼트처럼 개별 특성이 강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기조차 어려운 분야가 있다.

중국은 전자에 속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유통 혁신에 성공해 패놉티콘적 통제의 효율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후자에 속하는 의료에서도 특히 공급 부족 영역은 위챗을 통한 원격 상담과 약 배송 등으로 결핍 해소를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에는 복잡도가 높은 4단계가 있다. (1)발병 전 위생과 예방 (2)발병 후 치료 (3)치료 후에 남은 불편이나 장애의 해소와 재활, 그리고 의료 공급이 넘쳐나는 오늘날 (4)과도한 의료화(over-medicalization)가 유발하는 피해로부터의 보호가 바로 그것이다.

앞쪽은 전체주의적 효율화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패놉티콘의 효율성은 급격히 저하되고 사안별 개별성과 자율적 참여, 공감과 사회적 합의, 창의적 접근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진다. 부가가치도 더 크다.

오늘날 한국 의료가 직면한 문제들이다. 공급과잉 시대, 수평적 창의성이 중요한 교육과 문화 엔터테인먼트는 말할 것도 없다. 공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와 의미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은 우리 삶의 방식과 떼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패놉티콘`에 갇혀 있는 중국인들도 결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 수천 년 황제의 지배를 받아온 중국인의 DNA에 새겨진 오랜 속담은 말한다. `위에 정책이 있다면 밑엔 대책이 있다.` 의료 4차 산업혁명은 두 날개로 비상한다.

고민과 지적 성찰의 경제적 가치는 구글이 얻는 58조원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값진 선물이기 때문이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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