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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Journal] "약 잘 듣는지 미리 알면 좋을텐데"…`바이오 마커`가 답이다

기사입력 2018.07.04 04:11:01
"환자에게 투여하기 전에 약효를 예측할 방법은 없을까?" 전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환자의 안전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약물 효과를 예측하는 게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천문학적인 의료비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각국 정부 고민이기도 하다. 약효를 예측할 수 있다면 가장 잘 듣는 약을 처방함으로써 `환자별 맞춤 치료 시대`도 자연스럽게 열 수 있다.

`바이오 마커`는 환자별로 약물이 얼마나 잘 듣는지 예측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마커란 세포나 혈관 단백질, DNA, 대사물질 등으로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열이 있으면 감기나 독감을 의심하고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날 때 당뇨병을 의심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과거에는 혈압과 체온, 혈당 수치 같은 일반적인 지표가 바이오 마커로 주목받았는데 분석·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세포 구성 물질이나 분비물 등을 분석해 보다 정밀하게 약효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바이오 마커라는 단어를 처음 정의한 곳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다. NIH는 `바이오 마커란 정상적인 생물학적 과정, 질병 진행 상황, 치료 방법에 대한 약물 반응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라고 정의했다. 이론적으로는 외부에서 검출할 수 있는 우리 몸속 모든 물질이 바이오 마커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신부에게 분비되는 특정 호르몬이라든가 유방암 세포에서 많이 분비되는 물질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몸속 세포는 약 100조개가 넘는다. 세포마다 들어 있는 유전물질인 DNA나 RNA, 세포 간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부산물까지 모두 합하면 그 양이 엄청나다.

가장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는 항암 치료다. 지금은 의사가 오랜 진료 경험과 학계 기준에 따라 가장 잘 듣는다고 입증된 약을 환자에게 처방하고,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낮다고 판단되면 다른 약을 처방한다. 똑같은 항암제를 투여해도 환자마다 효과가 다른데 A라는 환자와 B라는 환자의 바이오 마커 발현량이 다르다면 항암제 효과와의 관련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정 바이오 마커가 있는 환자에게 C라는 치료제가 잘 듣는다는 것을 파악했다면 환자의 고통과 비용 부담은 줄이면서 더 빨리 치료할 수 있는 셈이다.

바이오 마커를 활용하면 신약개발 성공률이 무려 3배 이상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다. 미국 바이오협회가 임상 모니터링 서비스업체 바이오메드트래커 데이터를 분석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임상시험 성공률 결과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상 1상에서 승인까지 성공률은 바이오 마커를 쓰지 않았을 때 8.4%였지만 바이오 마커를 활용하면 25.9%로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상 1상에서 2상으로 넘어갈 때 성공률(바이오 마커 비활용 63% 대 활용 76%), 임상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갈 때 성공률(비활용 28% 대 활용 46%)에 비해 임상 3상에서 허가신청(NDA/BLA) 단계 성공률은 각각 55%와 76%로 큰 차이를 보였다. 몇 년에 걸친 시간과 자금 수조 원을 쏟아부은 임상 3상에서 성공률을 20%포인트 넘게 올릴 수 있다는 것은 혁신적인 변화다.

실제 바이오 마커를 활용한 의약품 허가 사례도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작년 5월 세계 최초로 종양 부위와 관계없이 `특정 유전적 특징(바이오 마커)`을 지닌 모든 고형암에 사용 가능한 항암제를 신속 승인한 바 있다. 승인받은 MSD(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MSI-H`나 `dMMR`라는 바이오 마커를 보유하고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고형암을 가진 성인·소아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지금까지 위암 치료제, 폐암 치료제, 간암 치료제로 구분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그 바이오 마커가 높게(혹은 낮게) 나타나는 환자에게는 암종에 상관없이 `전천후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정식 승인을 받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머크에 따르면 임상연구 총 5건을 통해 모집된 바이오 마커 보유 환자 총 149명은 대장암 자궁내막암 소화기암 등 15개 종의 암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오 마커 글로벌 시장은 2014년 약 81억달러(약 8조9000억원)에서 연평균 14.6%씩 성장해 2020년 183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 몸속에 있는 모든 DNA나 단백질 등이 바이오 마커가 될 수 있는데 바이오 마커 기술 플랫폼은 크게 유전체(Genomics) 단백질체(Proteomics) 대사체(Metabolomics) 이미징(Imaging) 기타로 나뉜다. 바이오 마커 기술 플랫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전체 시장이며 2020년 91억달러(약 10조원)로 전체의 49.7%를 점유할 전망이다.

바이오 마커는 동반진단·액체생검과 함께 발전하는 산업이다.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는 것을 `동반진단`이라고 한다. 당연히 임상시험부터 바이오 마커와 연계해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 `액체생검`이란 혈액 소변 대변 등 우리 몸이 분비하는 체액을 검사해 바이오 마커 등을 검출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피 한 방울로 암진단`이 액체생검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들도 바이오 마커를 활용한 진단과 신약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 마커 발굴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웰마커바이오는 폐암과 대장암 표적치료제를 직접 개발 중이다. 바이오 마커 플랫폼을 구축한 CBS바이오사이언스는 간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 이후 10년 가까이 바이오 마커를 찾는 데 집중한 지노믹트리는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 상태부터 진단할 수 있는 조기 진단키트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GPCR은 아예 널리 알려진 바이오 마커를 회사명으로 내걸었다. GPCR은 단일체로 연구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GPCR-이형중합체`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화학 수용체 CXCR4를 암 바이오 마커로 삼아 신개념 신약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피 한 방울로 암·치매 진단`에 도전하는 기업도 많다. JW홀딩스가 연세대와 췌장암을 조기 진단하는 다중 바이오 마커 진단키트에 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고 캔서롭도 명지병원과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바이오 마커 개발에 나섰다. 유전체 분석과 진단 전문기업들도 원천기술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FDA가 승인한 바이오 마커 항암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디엔에이링크도 대학병원과 손잡고 유전자 분석으로 치매 조기 진단 정확도를 높일 바이오 마커를 찾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엔젠바이오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로 유방암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인 `브라카 아큐테스트`를 개발했다. 젠큐릭스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피 2㎖로 폐암 치료제가 잘 듣는 환자를 찾아내는 동반 진단키트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약물 반응성에 관여하는 바이오 마커 발굴 알고리즘을 개발해 다양한 신약개발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바이오 마커 발굴에 올인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바이오 마커를 찾는 대학과 의료기관, 연구소, 바이오벤처 등이 수백 곳에 달한다. 그러나 바이오 마커를 찾는 과정은 험난하다. 독자적인 바이오 마커를 찾고 진단 기준까지 확립한 지노믹트리의 안성환 대표는 이 과정을 "짚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고 그 바늘에 눈금을 새기는 것"에 비유했다. 세포나 단백질의 이동, 뇌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양상, 암세포가 증식하는 모습 등은 너무나 미세하고 뚜렷한 색이나 형태가 없기 때문에 검출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질병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와 일반인을 비교해 유전체 분석부터 시작해 특정 단백질 발현 여부 등 상관관계를 조사해야 한다. 실험실 수준에서 바이오 마커를 찾았다면 이를 진단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김봉수 KAIST 화학과 교수는 "췌장암 폐암 등은 초기에 잘 발견되지 않는 만큼 바이오 마커를 이용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암이나 난치병 등의 바이오 마커를 찾아 병이 진행되기 전부터 관리해 나간다면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학, 화학, 빅데이터, 유전체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협업이 일어나면서 바이오 마커를 찾기 위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김봉수 교수 연구진은 혈액을 이용해 다양한 유전자를 찾을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고 바이오 마커를 찾아내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향후 바이오 마커를 찾고 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도전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가 실제로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가 필수적이다. 실험실 수준에서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이 갖고 있는 환자 빅데이터를 이용해 수백~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바이오 마커를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회사들이 많지만 실제 임상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엄청난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바이오 마커를 실험실에서 찾는 것과 대규모 임상을 통해 입증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실력 있는 벤처가 임상을 통해 특허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용어설명>

▷바이오 마커 :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속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생명체가 정상인지 병리적인 상태인지, 약물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바이오 마커로 만들 수 있지만 질병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돼야 바이오 마커로 인정받을 수 있다.

▷동반진단 : 치료제를 사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진단. 몸속의 특정 바이오 마커 등을 찾아 그 치료제가 환자에게 맞을지 효과가 없을지를 예측한다. 최근에는 임상 성공을 위해 신약 개발 단계부터 바이오 마커나 진단 키트와 함께 연구해 목표 환자군을 좁히고 신약 허가 가능성 및 최종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액체생검 : 혈액, 소변, 대변, 객담 등 우리 몸속 체액(body fluid)에서 질병과 관련 있는 바이오 마커를 측정·분석해 진단하는 체외 분자진단법. 종양 등을 떼어내 체크하는 조직검사(Tissue biopsy)와 대비된다. 종양이 발생하기 전이나 아주 초기 상태에서 미리 알아내는 조기 진단과 암 환자의 예후 모니터링에 유용하다.

[신찬옥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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