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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Journal] 전천후 항암제 시대…당신이 모르는 요즘 癌치료

기사입력 2017.09.06 04:10:05
`전천후 항암제` 시대가 열렸다.

지난 5월 한 의약품 허가 소식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들썩였다. 주인공은 2014년 허가를 받은 미국 제약사 머크(MSD)의 키트루다. 이 제품은 이미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호지킨 림프종, 방광암 등에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허가가 화제를 모은 것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상 최초로 종양 발생 위치가 아닌, 특정 유전적 특성을 바탕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위암, 폐암, 간암 치료제 등 종양이 발생한 위치를 기준으로 진단하고 치료제를 개발·허가해 사용해왔다면, 앞으로는 특정한 바이오마커가 있는 환자를 타깃으로 항암제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키트루다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복용 후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로 암환자의 면역기능을 강화하면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하게 한다. 기존 화학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삶의 질을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비싼 약값이 부담이었다.

우리나라에도 2015년 4월 출시됐으며,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1·2차)로 적응증 허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달 21일부터 옵디보와 함께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환자들은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연간 1억원에 달하던 부담이 약 340만~460만원으로 줄어든다. 키트루다의 작년 매출은14억200만달러에 이른다. 2015년 5억6600만달러보다 148% 증가한 수치다. FDA가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허가하면서 키트루다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군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바이오마커 항암제 승인이 환자별 맞춤치료와 예방의학을 목표로 하는 정밀의학으로 가는 진일보한 성과라고 평가한다. 바이오마커 항암제는 암종과 상관없이 해당 바이오마커가 있는 모든 환자에게 `전천후 항암제`로 사용할 수 있다. 진단으로 치료제 사용여부를 결정해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처방하는 동반진단 시장도 함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 단계부터 환자군을 좁혀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개발기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종양을 직접 떼어내 조직검사를 하는 대신, 혈액 등 체액으로 간편하게 검사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시대`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암 등 중증질환의 진단과 치료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는 바이오마커, 동반진단, 액체생검에 대해 알아본다.

◆ 암 치료와 모니터링의 새로운 기준

키트루다는 `MSI-H`와 `dMMR`라는 바이오마커가 발현된 고형암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다만 수술로 종양 부위를 절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 암에만 사용하도록 한정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중증 암환자들을 위해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암 유형에 관계없이 현미 부수체 불안정성이 높거나(MSI-H) 불일치 복구 유전자 결핍(dMMR)이 있는 고형암 환자가 적용 대상이다. 이 바이오마커가 있는 종양은 대장암, 자궁내막암, 소화기암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며 상대적으로 빈도는 낮지만 유방암, 전립선암, 방광암, 갑상선암 등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은 바이오마커다. 바이오마커란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속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말한다. 바이오마커는 암을 비롯해 뇌졸중, 치매 등 각종 난치병을 진단하기 위한 효과적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개의 바이오마커가 발견됐고, 지금도 계속 새롭게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MSI-H 관련 연구를 총괄한 피터 강 MSD연구소 박사는 "이번 키트루다 승인으로 암 치료에서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향후 바이오마커 기반의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고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 인구도 늘어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신약 성공률 높이고, 맞춤 항암제 찾아주고

바이오마커 기준 치료제의 등장은 신약 개발과 진단, 의료기기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다. 동반진단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릴 수 있다. 전 세계 동반진단 시장은 매년 18%씩 성장해 2019년에는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2014년 동반진단을 제도화한 FDA는 지금까지 약 28개의 동반진단 검사법을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0월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이제 시작인 단계다.

신영기 서울대 약대 교수(항암제 동반진단사업단장)는 동반진단을 `효과가 있는 환자들에게 제대로 약이 처방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동반진단이 활성화되면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와 의료비를 지불하는 정부, 항암제 부작용이 두려운 환자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제약업계는 동반진단이 2000년 전후 시작된 `신약허가 절벽(Innovation Gap)`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연구개발(R&D)을 쏟아부었지만, 신약 허가 건수는 줄거나 증가하지 않았다. 동물실험에서 기대가 컸던 약물들이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시험하는 임상 2상에서 줄줄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규제당국을 설득할 과학적인 증명 도구로 바이오마커를 선택했다. 작년 발표된 바이오마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임상 1상에서 허가 완료까지 바이오마커가 없는 항암제의 승인율은 8.4%에 불과한 반면, 바이오마커가 있는 경우는 25.9%로 무려 3배 차이를 보였다. 신 교수는 "승인율이 3배라는 것은 지금까지 해오던 임상시험 방식을 통째로 바꿀 만한 고무적인 결과"라며 "동반진단을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 비율이 30~40% 정도로 높아져 앞으로는 동반진단 개념을 바탕으로 한 신약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 암 1기 전에 조기발견해 대처하는 시대 온다

암 등 질병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의 패러다임을 바꿀 궁극의 기술은 액체생검(Liquid Biopsy)이다. 이는 MIT가 선정한 2015년 혁신기술이자, 세계경제포럼(WEF)이 꼽은 유망 미래 기술이다. 미국 BCC리서치에 따르면 액체생검이 차지하는 시장은 2015년 16억달러로 추산되고 매년 22.3%씩 성장해 2020년 4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말초혈액 속에는 암세포들이 깨지면서 나오는 DNA 조각이 돌아다니는데, 액체생검은 이렇게 미량으로 존재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 암을 진단한다. DNA가 워낙 미량이라 검출하기가 쉽지 않지만, 실시간 분자진단 장비(Real-Time PCR)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혈액 외에 대변과 소변 등 다른 체액을 활용한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모든 액체생검 관련 기업들의 최종 목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기진단 시장이다. 이 경우 영상검사로 확인이 어려운 암 1기 전에 조기발견하는 것도 가능하다. 건강검진에서 혈액 등으로 간편하게 스크리닝한 후, 암 조각이 발견되면 MRI나 CT를 촬영해 어디에 암이 생겼는지 확인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지만, 관련 제품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동반진단용으로는 작년 6월 로슈진단 액체생검 암진단키트가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았고, 우리나라 분자진단기업 파나진도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암 진단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파나진이 개발한 `파나뮤타이퍼 EGFR`는 액체생검으로 폐암세포 등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는 제품이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관찰과 맞춤치료에 사용되는 동반진단키트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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