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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Journal] 3D 프린터로 세포를 출력하다…`게임의 룰` 바꾸는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사입력 2017.05.10 04:10:04
리스타트! 바이오기업이 뛴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앞줄 오른쪽)와 심진형 CTO(앞줄 왼쪽) 등 회사 관계자들이 새로 선보일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D프린터로 뼈나 치아조직뿐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까지 프린팅할 수 있다?` 경기도 시흥시 스마트허브에 위치한 3D프린팅 바이오벤처 티앤알바이오팹 연구실. 무균실 안에서 3D프린터 바이오잉크를 분사해 손톱만한 피부조직을 만들고 있다. `헤드`라고 불리는 분사기가 위에서 왔다갔다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가 흔히 쓰는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한 원리다. 3개의 복합 헤드가 프린팅하는 `원료`가 바뀔 때마다 교체되면서 다양한 조직을 출력해낸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3D세포 프린팅 시스템`이다.

피부조직을 만드는 과정은 3단계로 구성된다. 보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할 수 있도록 흰색, 빨간색, 파란색 등 잉크 색깔을 임의로 다르게 했다. 먼저 두부를 만드는 것처럼 가장자리에 흰색 폴리머를 짜내어 지지대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 살아 있는 세포가 들어 있는 빨간색 바이오 잉크를 채운다. 그 위에 파란색 잉크젯으로 다른 세포를 뿌려 마무리하는데, 이 마지막 층이 피부 표피 역할을 하면서 세포를 보호하는 부분이다.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D프린터로 이런 피부조직을 만드는 데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연구실 입구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생분해성 인공지지체 조직 연골과 인공피부, 심근경색 환자용 패치, 손톱만 한 간과 심장, 귀 모양의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가 전시되어 있다.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바이오잉크와 3D세포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인체조직과 장기를 프린팅하는 것이 목표다.

윤원수 티앤알바이오팹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3D프린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하고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몸 속에서 2~3년 안에 생분해되는 합성 폴리머와 세포를 넣어서 출력할 수 있는 바이오잉크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한 복합생체 재료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프린터가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제한되어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면서 콜라겐이나 젤라틴으로 바이오잉크를 만드는 경쟁사와 달리 실제 피부조직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2013년 설립된 티앤알바이오팹은 20년 가까이 이 분야를 연구해온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의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제자인 윤 대표, 심진형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창업했다. 생분해성 인공지지체 조직 연골은 짧은 시간에 정확히 만들 수 있고 수술 중에 깎거나 도려내는 가공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몸 속에서 2~3년간 유지되면서 조직으로 대체된 후에는 자연분해되기 때문에 제거수술도 필요없다. 이 보형물은 2014년 9월 서울성모병원에서 성공리에 끝난 안면윤곽 재건수술에 이용된 것을 시작으로 맞춤형 12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400여 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4개 품목에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고, 이 중 2개 품목은 작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승인심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조직 수복용 재료 티앤알 매쉬.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메스나 수술용 가위로 자유롭게 다듬을 수 있다.
맞춤보형물 공급과 동물실험 대체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되겠지만, 티앤알바이오팹 같은 기업이 꾸준히 핵심기술을 발전시키면 기존 의료와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룰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을 연구하는 툴젠 같은 회사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기존 바이오의약품 규정으로 분류하기 어려워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구분된다. 첨단바이오의약품에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등 세포치료제, 다양한 기술과 바이오가 융합된 3D프린팅 같은 바이오 공학 기업들을 포함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첨단바이오 의약품 기업들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의료기기로 분류할지 의약품으로 분류할지 애매해 의료기기정책과와 바이오의약품정책과가 함께 담당한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허가를 받으려면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만들어야 하고, 영역이 넓은 만큼 다양한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힘든 것은 허가를 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을 당시, 식약처 관계자들이 함께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공부해가며 허가를 내준 일화는 유명하다.

1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오가노이드). 위쪽부터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간, 콩팥, 인공피부 대형과 소형, 귀 모형이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티앤알바이오팹 현장방문 간담회에서 "기존에 없었던 제품을 만들고 이전 산업들과 차별화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데,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다양한 산업이 융·복합되며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온다"면서 "정밀의학과 맞춤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할수록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영역도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처장은 이를 위해 "첨단기술을 적용한 바이오의약품 체계 구축을 위해 현장을 돌아보고 기업 대표들을 만나며 제도적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 다른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문제들도 많이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만 4년 동안 바이오벤처를 운영하면서 식약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심이 많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특히 이 분야는 누가 주도권을 선점하느냐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술기업에 많은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특히 안면윤곽 지지체로 허가받은 제품(4등급 의료기기)을 귀를 재건하는 데 사용하려면 다시 임상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안전성이 확보된 재료라면 사용목적을 추가할 때에는 임상을 제도적으로 완화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환자 맞춤형 조직을 만들기 위해 3D프린터로 출력한 환자 두개골 모형.
줄기세포 등 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 대표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새로운 분야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특성상 허가 담당자와 긴밀한 의사소통과 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득주 녹십자셀 대표, 김경숙 코아스템 대표, 이정선 바이오솔루션 대표, 김용수 바이로메드 대표, 이경준 JW크레아젠 대표 등은 식약처 담당자가 연속성을 갖고 근무할 수 있게 해주거나 이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전문위원을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임상 디자인을 꼼꼼하게 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데, 식약처 내부 데이터 등을 활용해 조언해주는 그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손 처장은 "급성장하는 바이오산업의 수요에 맞춰 식약처의 심사역량을 늘려 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강력하고 총괄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관련 부처 간 의견조율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허혈성 지체질환 치료제로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로메드 김용수 대표는 "유전자 치료제, 유전자조작, 세포 치료제, 3D프린팅 등 첨단바이오 의약품 분야는 아직 글로벌 강자가 없고 다국적 기업과 경쟁이 적은 편"이라며 "국내 기술역량이 높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많이 나지 않은 지금 적극 지원해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대표들은 세계 최초 줄기세포 품목허가로 메디포스트와 파미셀 등 줄기세포 기업들이 자리 잡고,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처럼 첨단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도 `퍼스트 인 클래스` 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규제완화를 당부했다.

한편 식약처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바이오의약품협회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합성의약품 중심으로 만들어진 현행 약사법으로는 빠르게 발전하는 바이오의약품 산업 인허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지난 3월 30일 열린 첨단바이오의약품법 제정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손 처장은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선 첨단바이오의약품 법령을 정비해 규정 공백 없이 연구개발, 인허가, 사업화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첨단바이오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현행 규제관리 체계로는 신속하게 제품화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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