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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가깝죠, 잘 알죠, 오래 보죠…동네의원이 당뇨병 특효약”

기사입력 2017.04.05 04:04:02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대표원장(오른쪽)이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에게 당뇨 합병증과 환자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내년에 환갑을 맞는 주부 오호연 씨는 동네 내과에 가기 전날이면 잠을 설친다. 혈압약을 먹고 있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데, 요 몇 달 동안 공복혈당이 130까지 올랐다가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다시 오르는 등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오씨는 "평소 음식을 가려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면서 "의사 선생님이 한두 달 더 지켜보고 약을 먹을지, 말지 정하자고 했는데 관리를 잘못한 상태에서 병원에 가려니 눈치가 보이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군자역에는 예사롭지 않은 `동네의원`이 있다.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올 때마다 의사가 일어나 맞이하고, 교수님이라고 부르면 선생님이라고 응대해준다. 또 영양사에게 식사 습관에 대해 조언을 듣고, 카카오톡으로 매주 건강 정보도 받을 수 있다. 이런 남다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환자들이 자주 오고 싶은 병원, 오래 머물다 가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병원장의 철학 때문이다. 연세조홍근내과, 국내에서 손꼽히는 당뇨병 전문 의원이다.

"당뇨 환자에 있어서는 1차 병원이 아니라 `2.5차 병원(2차 의료기관과 3차 의료기관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이라는 의미)`이라 생각하고 진료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환자들이 찾아오시기도 하고요. 환자들이 의사 말에 귀 기울이고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병원에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조홍근 원장은 평범한 개원의가 아니다. 연세대 의과대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고려대에서 박사를 취득한 그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내과전문의, 심장내과분과 전문의를 거쳐 이화여대 내과 조교수,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연세대 외래부교수 및 `연세조홍근내과`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조 원장은 "레지던트 시절부터 `당뇨병의 대가`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로 유명한 허갑범 교수님께 깊이 감화됐다. 평생 인슐린 저항성과 고지혈증에 대한 연구를 하자고 마음먹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며 "덕분에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병 등을 두루 볼 수 있는 의사가 됐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지난 수십 년간 환자들 교육에 공을 들였다. 일찍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를 통해 직간접적인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뉴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위해 방송 프로그램에 두루 출연하고, 작년에는 `내 몸 건강 설명서`라는 책도 출간했다. 그런 그가 올해는 아예 동네병원 의사들의 선생님을 자처하고 나섰다. 당뇨를 연구하는 의사들, 줄여서 `당연의`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혼자 열심히 뛰었지만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후배 의사들과 함께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당뇨병을 제대로 고쳐보고 싶다는 1차 병원 의사들을 모아 이달 말부터 교육을 시작합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0명 정도 소수 정예로 운영하고, 6개월간 집중 교육하려고 해요. 연령, 성별, 증상에 따른 사례별 노하우까지 공유하는 실질적인 모임이 될 겁니다."

당뇨병을 예방·관리하려면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위험군이나 전당뇨 단계는 물론 당뇨병 환자들도 식단과 운동 가이드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습관을 바꾸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병과 관련된 지식을 꾸준히 전파해서 환자의 신념에 뿌리 내리게 해야 겨우 구체적인 실천이나 행동으로 나타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만 잠깐 만나고 가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오래 머물며 영양사와 운동관리사 등 여러 명을 만날수록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병원 밖이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 해도 환자의 사생활이나 생활습관까지 관리하기란 불가능하다. 경영환경이 열악한 1차 의원 특성상 당뇨환자만을 위해 추가로 비용을 들이거나 따로 관리를 하기도 어렵다. 이를 간파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당뇨관리 애플리케이션(앱)과 의사 전용 프로그램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집에서 측정한 혈당 데이터를 한눈에 모아 보여주는 것은 물론, 활동량과 식단을 입력하면 문자로 간단한 응원 등 피드백도 해준다. 조 원장은 휴레이포지티브가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 `헬스 스위치`라는 당뇨 전분야 관리 앱에 자문을 해줬다. 1차 병원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의사와 환자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의견을 제안했다.

휴레이포지티브는 2형 당뇨는 물론 임신성 당뇨 등 모든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손쉬운 관리 방법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회사다.

이들이 만든 헬스 스위치는 혈당계와 활동량계, 의료진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환자용 모바일 앱, 의료진을 위한 웹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는 "병원 밖에서 식사와 운동 등 생활습관을 잘 조절하는 환자는 23%에 불과하다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며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1년간 임상을 한 결과 `헬스 스위치`를 사용한 환자들의 혈당 조절률은 70% 이상 향상됐다는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휴레이포지티브는 현재 정부가 동네의원들과 함께 시행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될 경우를 대비해 `헬스 스위치`의 1차 병원용 버전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 대표는 "당뇨로 진행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의료기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당뇨 환자의 조절률을 높일 수 있는 곳은 1차 의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이 쉽게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앱, 의사 선생님들이 비용과 노력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환자를 살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조 원장님께 1년 전부터 자문을 구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당뇨 진료에 중요한 3요소가 시간, 접촉, 교육인데 스위치 같은 앱을 활용하면 같은 시간을 투입하면서도 환자를 더 잘 알게 되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병원에 오기 전까지 환자가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의사가 체크해야 할 사항을 모니터에 팝업으로 띄워주는 점 등은 아주 편리했다"고 평가했다.

조 원장은 1차 병원을 `당뇨 치료 특전부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의사들 교육에 나섰다고 했다. 국가와 개원의, 환자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도 했다. 의사들이 당뇨 환자를 치료할 준비가 충분히 된 상태에서 정부 지원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제 시작이지만 당연의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면 `당뇨는 당연히 1차 병원 간다`는 말이 나올 겁니다. 정부 정책 기조로 보나, 치료 효과로 보나 만성질환은 개원의와 함께 갈 수밖에 없어요. 가깝죠, 잘 알죠, 오래 보죠. 3차 병원이 따라올 수가 없거든요. 1차 병원들에 강조하고 싶습니다. 당뇨로 승부를 걸어봅시다! 열정 있는 의사들이 이런 신념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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